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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 윤리적 소비, 봉준호 감독, 틸다 스윈튼

by chacha5 2025. 6. 3.

영화 '옥자' 포스터
영화 '옥자' 포스터

 

봉준호 감독의 2017년 작품 영화 '옥자'는 공개 직후부터 국제 영화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플랫폼 이슈, 칸 영화제에서의 상영 논란, 그리고 슈퍼돼지라는 독특한 설정이 불러일으킨 서사적 실험성까지. 당시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학생이었는데, 이때는 단순한 감성 위주의 스토리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다시 본 영화 '옥자'는 다소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본 리뷰에서는 작품의 주제의식, 연출 기법, 캐릭터 및 사회적 상징성을 중심으로 분석하며, 동시대 청년 세대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조망하고자 합니다.

미자와 옥자를 통해 보는 윤리적 소비

영화 '옥자'는 미자라는 인물과 옥자라는 생명체의 관계를 축으로 전개되며, 인간과 동물 사이의 정서적 유대를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인간의 감정에만 호소하여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자와 옥자가 강제로 이별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현대 소비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냅니다. 옥자는 거대 다국적 식품기업 '미란도'의 실험적 프로젝트 결과로 탄생한 존재입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태어난 이 생명체는 기업의 마케팅 프레임 속에서 '친환경'과 '식량 혁신'이라는 가면 아래 상품으로 재포장됩니다. 이 시점에서 관객은 중대한 인식 전환을 경험하게 됩니다. 영화 속 옥자가 단순한 상상 속 동물이 아니라, 현실 속 육류 산업 시스템과 맞닿아 있는 존재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2025년 현재, 저는 이 장면들을 통해 복잡한 윤리적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육류 소비에 대한 죄책감, 동물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목격하며 느끼는 감정의 충돌, 그리고 소비자로서의 윤리적 책임 등 다양한 생각이 교차하였습니다. 저는 완전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이후부터 소비에 있어 '무엇을 구매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분명해졌습니다. 동물복지 인증 제품, 식물성 대체육, 잔혹 실험이 없는 화장품 등 이른바 '윤리적 소비'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바로 이 영화에 있었습니다. 영화 '옥자'는 감정적 호소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과 동물, 소비와 윤리 사이의 경계를 사유하게 만듭니다. 이 작품은 윤리 소비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존과 생존의 조건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연출

봉준호 감독은 영화 '옥자'를 통해 유머와 풍자라는 장치를 활용하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조명합니다. 미란도의 광고 영상, 제이크 질렌할이 연기한 기이한 동물학자, 동물권 단체의 극단적인 행동까지. 이들 장면은 블랙코미디처럼 구성되지만, 그 안에는 냉혹한 현실의 그림자가 진하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제이크 질렌할이 연기한 조니 윌콕스는 과장된 몸짓과 어조로 관객에게 웃음을 유도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권위, 위선, 그리고 시스템에 순응한 인간의 무기력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봉 감독은 이 인물을 포함한 모든 캐릭터를 선악의 도식으로 나누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회 구조 속에서 타협하거나 외면하는 인간 군상의 초상을 냉정하게 그려냅니다. 미자 또한 완벽한 정의의 주인공은 아닙니다. 그녀는 옥자를 되찾기 위해 행동하지만, 자본 권력 앞에서는 협상하고 양보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입니다. 이 지점에서 봉준호 감독의 연출이 가진 통찰력이 드러납니다. 감독은 현실의 복잡성과 타협의 불가피성을 직시하도록 유도합니다. 저는 이러한 연출 방식에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영화는 단순히 시스템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인 우리가 구조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웃음 뒤에 남는 씁쓸함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구조적인 질문으로 확장되며, 그 깊이는 오히려 더욱 오래 남습니다.

틸다 스윈튼과 소비사회의 이중적 얼굴

틸다 스윈튼은 영화 '옥자'에서 루시와 낸시 미란도라는 쌍둥이 자매 역할을 맡아 소비사회에서 기업이 보여주는 이중적 면모를 입체적으로 구현합니다. 루시는 진보적이고 윤리적인 이미지를 앞세워 기업의 이미지를 포장하는 CEO입니다. 반면 낸시는 실리를 추구하고 냉철한 계산에 기반한 경영 마인드를 가진 인물입니다. 이 두 인물은 서로 대조적이지만, 실상은 동일한 목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팔기 위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루시의 '착한 기업' 이미지는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여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전략적 장치이며, 낸시의 현실적 냉철함은 기업 운영의 본질을 상징합니다. 이 두 얼굴은 바로 현대 소비자들의 자화상입니다. 윤리적 소비를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가격과 효율을 우선시하는 모순된 행동이 반복됩니다. 저는 이 영화 속 스윈튼의 연기를 보며 소비자로서의 제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생태주의를 강조하면서도 패스트패션 제품을 구매하고, 플라스틱을 줄이겠다 다짐하면서 배달 음식을 반복 주문하는 자신을 마주한 것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위선을 비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직시하도록 유도하고, 인물들이 가진 모순을 통해 관객의 모순 또한 비추어냅니다. 스윈튼은 루시와 낸시라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통해 기업이 만들어낸 이미지 마케팅의 실체를 상징화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이로써 소비와 윤리, 이미지와 진정성이라는 테마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영화 '옥자'는 명확한 정답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다양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는 방식으로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소비하는가', '그 소비는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 선택은 어떤 윤리를 담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특히 사회적 감수성과 윤리적 기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강하게 울립니다. 사회적 책임, 환경 문제,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메시지를 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세대에게 이 영화는 단순한 영상 콘텐츠를 넘어 사유의 도구가 됩니다. 저는 영화 '옥자'를 통해 동물권을 넘어 소비 구조 전반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 내 개인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통해 얻은 가장 큰 통찰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소비하는 동시에 소비되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내리는 소비의 선택은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나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자 윤리적 실천의 일부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이러한 자각이 지속적인 사유로 이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영화 '옥자'가 전하고자 한 진정한 메시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