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보이(Little Boy, 2015)’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겉으로는 가족과 믿음을 이야기하는 감성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전쟁이 남긴 상흔과 사회의 편견, 인간이 만들어낸 폭력의 상징까지 교차적으로 담고 있어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영화 속 주인공 ‘페퍼’가 가진 별명과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 ‘리틀 보이’의 코드명과 같다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 웃음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강렬한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와 아역배우 제이콥 살바티의 연기, 그리고 역사적 상징이 어떻게 영화에 스며들어 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영화 '리틀보이' 줄거리
영화 '리틀보이'의 이야기는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키가 유난히 작아 또래보다 눈에 띄는 소년 페퍼 버스비는 늘 주변의 놀림과 편견 속에 살아갑니다. ‘리틀보이’라는 별명도 그에게 붙여진 조롱 섞인 이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은 아버지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아버지를 무사히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은 소년에게 믿음이라는 개념을 붙잡게 만듭니다.
페퍼는 마을 신부의 조언에 따라 ‘산만 한 믿음’을 가지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말을 믿고, 선한 일을 하나씩 실천하며 자신의 믿음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그가 선한 행동을 하는 이유가 도덕적 가치나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아버지를 되찾고 싶다’는 아주 개인적인 소망이라는 것입니다. 이기적인 듯 보이지만, 그 순수한 출발은 오히려 인간적인 감동을 줍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영화가 말하는 ‘믿음’이 종교적 의미를 넘어 인간 감정의 본질로 접근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일본계 이웃 하시모토와의 관계 역시 매우 상징적입니다. 페퍼는 처음에는 그를 두려워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쌓아가게 됩니다. 전쟁 중 일본인을 향한 미국 사회의 극단적인 적대감과 편견이 존재하는 가운데, 한 아이가 그것을 깨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부분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어른들이 저지른 전쟁의 대가를 어린아이가 넘어서려는 모습은, 어쩌면 이 영화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결국, 영화 속 사람들에게 ‘리틀보이’라는 말은 아이의 별명에 불과했지만 관객에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영화 후반, 리틀보이라는 핵폭탄이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다는 사실이 신문을 통해 밝혀지며 저는 그저 조용히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전쟁의 종식을 기뻐하며 ‘리틀보이가 해냈다’라며 웃고 기뻐하지만, 동시에 그 이름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무기의 코드명이라는 걸 아는 순간,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소름돋게 다가왔습니다. 전쟁을 기뻐하고 아이의 믿음이 일으킨 기적에 놀라워하는 그 말 속에, 역사의 잔혹함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사실이 꽤나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제이콥 살바티, 아이가 감정을 전달할 때
페퍼를 연기한 제이콥 살바티는 아역배우로서 보기 드물게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연기를 선보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눈물을 흘리거나 웃는 장면만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세상을 알아가고 희망과 절망을 교차로 느끼는 그 복잡한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표현합니다. 저는 그가 극 중 보여주는 미묘한 표정 변화나 말투에서 아이가 진심으로 느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페퍼가 신부에게 “정말 믿기만 하면 아버지가 돌아오나요?”라고 묻는 장면입니다. 그 눈빛에는 ‘믿고 싶은데 믿을 수 없어 괴로운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이런 감정은 어른이 보기에는 간단한 의심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그 전부가 현실이며, 신념입니다. 제이콥 살바티는 이런 복잡한 감정을 전달하면서도 결코 과장되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연기를 보는 내내 저는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토리만 따라가면 쉽게 예측 가능한 장면도, 그의 눈빛 하나에 완전히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가 보여준 것은 단지 연기가 아니라, 한 아이의 성장 서사를 진심으로 담아낸 결과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연기는 영화 전반의 흐름과도 맞물려, ‘아이의 시선으로 본 전쟁’이라는 주제를 더 명확하게 만듭니다. 아이는 전쟁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폭탄이나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릅니다. 그저 아버지를 기다리는 마음 하나로 모든 걸 견디는 거죠. 저는 이 점이 너무 가슴 아프게 다가왔고, 그 감정을 제이콥 살바티가 충분히 전해주었다고 느꼈습니다.
‘리틀보이’라는 이름의 무게
‘리틀보이’는 단어 자체로는 순수하고 귀엽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름은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인류 최초의 실전 핵폭탄에 붙여진 코드명이었습니다. 미국이 개발한 이 핵무기는 한순간에 도시를 초토화시키며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남겼고, 제2차 세계대전을 사실상 종결짓는 역할을 했습니다.
영화는 이 사실을 정면으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페퍼의 별명이 ‘리틀보이’라는 것, 그리고 그 별명이 극 중에서 마치 장난처럼 불리며 마을 사람들이 웃는 장면을 담아낸 방식은 분명 의도된 장치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사람들이 웃고 있는 그 순간이, 오히려 가장 잔혹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웃음 속에 무지함이 있고, 그 무지 속에 엄청난 상처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은 충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장면 이후로 저는 영화를 다르게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저 작은 소년이라고 불리던 ‘리틀보이’가, 현실에서는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무기라는 사실이 겹쳐지며, 한 단어가 가진 상징성과 언어의 폭력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페퍼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하지만 관객은 알고 있죠. 이 괴리는 영화의 긴장감을 형성하고, 동시에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이는 그저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만, 세상은 그 아이에게 ‘폭력의 이름’을 붙여 웃고 있는 겁니다. 저는 이 메시지를 매우 무겁게 받아들였고, 한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영화 ‘리틀보이’는 거대한 역사의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작고 여린 존재를 통해, 인간이 저지른 전쟁과 그로 인해 생겨난 고통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믿음, 용기, 편견, 그리고 용서라는 주제들이 모두 아이의 시선에서 전달될 때, 관객은 오히려 더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됩니다. 제이콥 살바티의 연기, 상징적 설정, 역사적 맥락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 영화는 감동을 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우리에게 묻습니다. ‘지금 우리가 웃고 있는 이 장면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이 영화를 본다면 분명히 생각이 많아질 것입니다. 감동 그 너머, 우리가 잊고 있었던 역사와 인간의 진실에 대해 말입니다. ‘리틀보이’는 소리 없이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그 질문에 잠시 멈춰,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