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내가 특별한 존재’라는 상상을 품고 있던 시절이 있었을 겁니다. 특히 중고등학생 시기는 그런 상상이 현실처럼 느껴질 만큼 감정이 예민하고 섬세한 시기입니다. 그래서인지, 하이틴과 SF 판타지를 결합한 영화는 이 연령대에서 늘 높은 인기를 얻습니다. 영화 '다키스트 마인드'는 바로 그런 상상의 욕망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외면당한 청소년들이 특별한 능력을 갖고 세상을 바꾸려는 이야기. 이 영화가 중고생들에게 왜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조금 더 깊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풀어보려 합니다.
하이틴 장르의 매력과 SF 결합
하이틴 영화가 특별히 매력적인 이유는 이 장르의 영화가 단순한 성장 서사에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개 이런 영화 속 주인공들은 어른들의 세계와 충돌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도망칩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선택들이 영화 속에서는 가능하기에, 중고생 관객은 그런 장면 하나하나에 자신을 대입해보며 위안을 얻습니다. 영화 '다키스트 마인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는 세계관 자체가 이미 억압된 청소년을 나타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겁내고 통제하려고 합니다. 정부는 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위험하다고 판단해 수용소에 가둡니다. 누구보다 순수하고 정의로운 아이들이 그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이 세계. 어쩌면 지금 학교에서, 가정에서 겪고 있는 현실과 그렇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주인공 루비는 능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격리되고,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도망치는 대신, 자신과 같은 이들을 찾아 함께 싸워나갑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초능력자 이야기로 보이지만, 사실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중고생들은 이 영화에서 판타지를 즐기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들의 감정과 고민을 발견합니다. 그것이 이 영화가 단순히 ‘재밌다’고만 표현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판타지적 설정이 주는 상징성과 몰입감
영화 '다키스트 마인드'에서 등장하는 능력들은 단순히 시각적인 볼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초능력은 사회적 계급이나 차별을 상징합니다. 색깔로 분류된 능력자 시스템은 사람을 색으로 나누고, 그에 따라 가치와 위험성을 부여하는 세계입니다. 얼핏 들으면 영화적 장치 같지만, 실제 우리가 사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출신지, 외모, 성격 때문에 차별받고, 누군가는 그저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되죠. 이런 설정 덕분에 관객은 단순한 흥미를 넘어, '왜 이 세계는 이렇게 돌아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루비가 가진 주황색 능력, 즉 기억 조작은 한편으론 굉장히 무섭지만, 동시에 굉장히 외로운 능력입니다.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건 공감 능력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쉽게 상처받고 소외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영화는 능력 자체보다 그것을 다루는 감정에 더 집중합니다. 루비가 능력을 숨기고 싶어 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섞이고 싶어 하는 장면들은 능력을 부각시키기보다, 인간적인 갈등을 드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는 루비가 가진 능력이 아니라, 루비의 마음에 공감하게 됩니다. 판타지적 설정을 활용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남게 되는 이유죠.
중고생에게 진짜 필요한 영화란 무엇인가
많은 청소년 영화들이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안의 성장이라는 것이 늘 이상적이고, 때로는 너무 교훈적이어서 진짜 중고생이 보기에 오히려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다키스트 마인드"는 다릅니다. 여기서 ‘성장’은 누구나 겪는 혼란, 상처, 실수를 그대로 보여주는 데서 시작합니다. 루비는 완벽하지 않고, 심지어 능력조차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합니다. 친구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기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장면들이 반복됩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중고생들에게 더 큰 울림을 줍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감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 혼란스럽고 불완전한 나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이 영화는 던져줍니다. 그리고 이것은, 어떤 시험점수나 인생 강의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소중한 교훈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능력에 따라 색깔이 나뉘고, 색깔에 따라 격리되는 사회에서, 서로를 신뢰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비와 리암, 그리고 친구들은 서로를 믿고, 돕고, 결국 희망을 찾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다르지만 함께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죠. 바로 이 지점, "나는 누구와 연결되어 있을까?" 중고생들이 이 영화를 통해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영화 '다키스트 마인드'는 화려한 능력과 빠른 전개도 물론 이 영화의 장점이지만, 진짜 이 작품이 중고생에게 필요한 이유는 그 속에 담긴 질문과 감정 때문입니다. 영화는 루비라는 소녀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질문을 끄집어냅니다. “나는 지금 나를 어떻게 보고 있나?”, “내가 가진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나는 나를 믿을 수 있을까?” 이 영화는 그런 질문에 명확한 정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질문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감정적으로 복잡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중고생들에게, "다키스트 마인드"는 한 편의 판타지가 아닌, 거울 같은 존재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 거울을 통해 스스로를 마주한 이들은 분명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