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개봉작 영화 ‘가위손(Edward Scissorhands)’은 팀 버튼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조니 뎁의 절제된 감성 연기가 어우러져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명작입니다. 한 소년의 가슴 아픈 고립과 인간의 이기심을 동화처럼 풀어낸 이 영화는 단순히 외로운 캐릭터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우리가 사는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비춰줍니다. 특히 최근의 악플, 혐오 발언, 그리고 가면 뒤에 숨어 공격하는 온라인 문화와 맞물려 더 많은 시사점을 주는 작품입니다. 본문에서는 영화의 줄거리와 상징, 팀 버튼 감독의 세계관, 그리고 오늘날의 혐오 사회와의 연결 고리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영화 '가위손' 줄거리
영화는 한 할머니가 손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할머니는 마을 외곽에 있는 고성에 살던 '가위손을 가진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소년의 이름은 에드워드. 그는 발명가에 의해 만들어진 인조인간이지만, 발명가가 손을 완성하기도 전에 죽는 바람에 가위손 상태로 홀로 살아가게 됩니다.
에드워드는 외모는 무섭고 손은 위험하게 생겼지만, 내면은 순수하고 섬세한 감정을 지닌 존재입니다. 어느 날 마을의 화장품 외판원인 페그가 고성에 들렀다가 그를 발견하고, 연민과 호기심으로 에드워드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옵니다. 낯선 이방인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처음에는 우호적이었습니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능력을 살려 헤어컷과 정원 조각 등으로 인기를 얻으며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에드워드가 마을의 규범과 다른 존재라는 점,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는 점이 사람들의 불안과 오해를 증폭시키면서 상황은 급변합니다. 킴의 남자친구와 마을 주민들의 조작과 편견, 그리고 단 한 번의 사고는 에드워드를 괴물로 만들고 맙니다. 결국 그는 고성으로 돌아가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사람들은 그가 죽었다고 믿게 됩니다.
팀 버튼의 판타지 세계
감독 팀 버튼은 늘 ‘다름’과 ‘괴물’, 그리고 ‘외톨이’를 소재로 삼아 독특한 세계를 그려온 인물입니다. 그의 대표작 ‘크리스마스의 악몽’, ‘비틀쥬스’, ‘코프스 브라이드’ 등 대부분의 영화가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오히려 그들의 시선을 통해 ‘정상’이라 불리는 다수의 위선과 폭력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에드워드는 인조인간이라는 설정부터 이미 비정상적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가 얼마나 감성적이고 따뜻한 존재인지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반면, 정상이라 여겨지는 마을 사람들은 처음에는 친절하게 대하지만, 자신들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를 위협적인 존재로 낙인찍습니다.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군중의 심리를, 팀 버튼은 부드럽고 환상적인 미장센과 색채로 감싸면서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밝고 알록달록한 마을의 톤과 어두운 고성의 대비, 군중의 일방적인 시선, 그리고 킴의 마지막 대사까지, 이 영화는 판타지로 포장했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괴물은 에드워드가 아니라, 그를 필요에 따라 소비하고 버린 사람들이었음을, 우리는 영화가 끝난 후에야 깨닫게 됩니다.
가면 뒤에 숨은 폭력, 가위보다 날카로운 손가락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 영화가 2020년대의 사회 문제와도 놀라울 정도로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조롱하는 것이 너무나 쉬워진 시대입니다. SNS와 커뮤니티, 댓글란은 수많은 ‘가면 쓴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직접 상처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에드워드가 받았던 상처보다 더 깊은 고통을 누군가에게 안기고 있습니다.
영화 속 마을 사람들은 에드워드가 필요할 때는 극진히 대하다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자 돌변합니다. 자신의 실수와 편견은 외면한 채 ‘괴물’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몰아세우며, 스스로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듯 행동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요즘 우리가 온라인에서 흔히 마주하는 악플러, 집단 비난, 사이버 불링의 구조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겉모습은 다르고, 말이 서툴고, 표현 방식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가볍게 ‘이상하다’, ‘불편하다’라고 판단하고 배제하는 문화. 이는 단지 인터넷 속의 일이 아니라, 실제 사회적 단절과 외로움을 불러오는 구조적인 폭력입니다.
영화 ‘가위손’은 바로 이 부분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가위손’이라는 외형 때문에 에드워드는 조심하고 또 조심했지만, 결국 상처를 입은 것은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진짜 날카로운 것은 가위가 아니라,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내는 사람들의 시선이었고,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진 태도였습니다.
영화 ‘가위손’은 판타지 형식을 빌린 사회비판 영화입니다. 에드워드는 더없이 순수한 존재였지만, 사회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은 자신이 그 사회의 일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에드워드’들을 마주합니다. 독특한 외모를 가진 사람, 생각이 다른 사람,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 그들을 향한 시선은 언제나 호기심과 두려움 사이를 오갑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것은 공격으로 바뀌곤 합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의 글에 상처를 주는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그 글의 주인공이 어떤 상처를 입을지는 생각하지 않고, 순간의 감정에 따라 말로 폭력을 가합니다. 마치 영화 속 마을 사람들이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에드워드는 결국 세상과 단절되지만, 그의 순수함은 마지막까지 지켜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눈 내리는 밤, 그가 얼음을 조각하고 있을 거라는 이야기 속에서 조금의 위로를 받습니다. 영화는 조용히 묻습니다. 우리는 지금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상처를 주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