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엔칸도: 마법의 세계는 단순한 가족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현대 교육자들이 주목해야 할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교실에서 학생들과 마주하는 교사나,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아이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 자존감 문제, 사회적 비교에 따른 불안 등을 직시하게 해주는 거울 같은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는 교육자적 시각으로 엔칸도를 분석하고,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특별하지 않을까?"라는 물음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려 합니다.
가치: 가족 속 역할과 무게
엔칸도의 중심에는 ‘마드리갈 가족’이 있습니다. 이들은 마법적인 능력을 타고났으며, 그 능력을 통해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 가족 중 단 한 사람, 미라벨은 아무런 능력이 없습니다. 미라벨의 상황은 현실 속에서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끼는 아이들의 심리를 반영합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을 주변과 비교합니다. 어떤 친구는 시험을 잘 보고, 누군가는 운동을 잘하며, 어떤 아이는 발표를 자신있게 합니다. 그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뛰어난 게 없어 보일 때 마음속에는 ‘나는 왜 이럴까?’라는 질문이 자라납니다. 교육자라면 이 질문의 무게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그 안에는 존재의 의미에 대한 깊은 고민과 외로움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라벨은 가족 안에서 점점 투명한 존재가 되어갑니다. 능력이 있는 다른 가족들에 비해 자신은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것이 급격한 자존감의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이 장면을 통해 우리는 한 아이가 내면에서 어떤 갈등을 겪는지 직시할 수 있습니다. 교육의 핵심은 성적이나 능력을 길러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 스스로가 '나는 존재만으로도 소중하다'는 자존감을 품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진짜 교육입니다. 미라벨은 마을 안에서 유일하게 평범한 아이지만 '엔칸토'를 둘러싼 마법의 힘이 위험에 처하자 마지막 희망이 됩니다. 이 메시지는 교육자에게 매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말해줘야 합니다. “네가 가진 특별함은 지금 보이지 않을 뿐, 분명히 존재해.”
다양성: 특별함은 비교가 아닌 이해에서 온다
우리는 흔히 특별함을 능력이나 성과, 혹은 외적인 요소에서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엔칸도는 ‘다름’과 ‘이해’의 가치를 중심으로 진정한 특별함이 무엇인지 되묻습니다. 브루노는 미래를 보는 능력 덕분에 가족에게 오히려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결국 외면당합니다. 엄청난 힘을 가진 루이사는 가뿐하게 옮기는 척 했지만 사실 하루에 산과 건물을 몇 개씩 옮기는 것이 힘들다는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이사벨라는 늘 드레스를 입고 분홍빛, 보랏빛의 꽃만 피워내며 서서히 슬픔에 빠집니다. 이처럼 겉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고민과 외로움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실제로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을 수 있으며 ‘조용한 아이’가 실은 깊은 내면의 고민을 안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관찰력’과 ‘이해력’은 교육자에게 필수적인 덕목입니다. 학생들은 다양한 배경, 성격,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차이가 곧 교육의 시작점이 되어야 합니다. 비교는 교육이 아니라 통제입니다. 아이가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교육의 방향이어야 합니다. 미라벨이 브루노를 다시 가족 품으로 돌아오게 하고, 이사벨라가 꽃을 비롯한 다양한 식물을 만들어내는 기쁨을 찾게 해주는 과정은 그 자체로 다양성 교육의 좋은 예시입니다. 이런 시선으로 학생들을 대할 때 그들은 '나는 이래도 괜찮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이야말로 자존감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성장: 자신감을 되찾는 미라벨의 여정
성장은 갑자기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성장의 출발점은 대개 ‘부족함’이나 ‘고민’에서 비롯됩니다. 미라벨은 마법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소외감을 느끼고 한때는 가족의 짐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으로 갈수록 그녀는 자신의 시선과 마음으로 가족의 위기를 직시하고 그 해법을 찾아 나섭니다. 미라벨의 이야기는 실제 아이들이 겪는 자아정체성 탐색의 여정과 닮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잘난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럴까?”라는 생각은 많은 청소년들이 갖는 흔한 감정입니다. SNS, 학교, 친구들 속에서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은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좌절합니다. 교육자는 사람은 누구나 다르고 속도와 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명확하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미라벨은 마법 능력은 없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이웃에게 공감하는 마음, 관찰력, 그리고 책임감을 통해 위기를 해결합니다. 자신만의 역할과 정체성을 발견하게 된 미라벨은 어느 누구보다도 더 큰 존재로 성장하게 됩니다. 아이들에게도 이 메시지를 전해주어야 합니다. 능력은 단지 도구일 뿐이며, 진짜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의미 있게 행동하는 힘이라는 것을요. 교육자는 아이들에게 "너의 성장은 남이 정해주는 게 아니야. 네 안에 이미 길이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아이는 ‘나도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엔칸도는 교육자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어떻게 학생들의 내면을 이해하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을지를 묻고 있습니다. 오늘날 교육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성적이나 재능보다 아이가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고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교육자, 부모, 상담자라면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너는 무엇을 잘하니?”보다는 “너는 어떤 사람이고 싶니?”, “지금의 너는 어떤 마음을 느끼고 있니?”라고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대답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
느낀 점
엔칸토는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국적을 넘어 공감할 만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괴력이라는 능력 때문에 힘든 내색을 못 하고 맡은 일을 담당해야 하는 루이사는 마치 집안의 가장을 닮았고, 스스로 원한다고 믿었던 길을 따라가며 '사회가 정해 놓은 아름다움'의 틀 안에 갇혀 있던 이사벨라는 미의 기준에 익숙해진 여성들의 모습과 닮아 보였습니다.
교육자의 시선으로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지만 나는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사회적 시선에 움츠리지 않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길을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